[한국 공예의 동물무늬 첫 번째 이야기 ]
동물무늬는 크게 상상 동물무늬와 실재하는 동물무늬로 구분하며, 실재하는 동물무늬는 다시 길짐승과 날짐승, 그 밖의 동물무늬로 분류할 수 있다. 나전과 화각 공예에서 나타나는 동물무늬는 다른 공예품에 표현된 동물무늬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상 동물무늬는 용, 봉황, 괴수 등이 있으며 실재 동물무늬는 호랑이, 사슴, 양 등을 포함한 길짐승 무늬와 학, 원앙 등의 날짐승 무늬가 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고래로 신령의 걸물로서 권위의 상징이며 길상과 벽사의 개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무늬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이나 에서는 용이 만물 생성의 근원인 비구름을 주관한다고 하여 신령스러운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에 의하면 용은 뱀의 머리, 사슴의 뿔, 귀신의 눈 소의 귀, 뱀의 목, 큰 조개의 배, 잉어의 비늘, 매의 발톱, 호랑이의 발바닥을 각각 닮았다고
하여 실재 동물과 상상 속 동물의 능력과 장점을 취합하여 만들어낸 형상으로 전한다. 이렇게 모든 동물의 근원으로서 조화와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며 지상과 천상을 오르내리는 동물로 알려진 용이 조선 시대에는 천자를 상징하여 왕실 이외에는 사용이 금지되기도 하였다. 용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역할 또한 다양하다. 천룡 은신 의지 책을 수호하고, 신룡은 바람과 비를 일으켜 인간을 이롭게 하며, 복장룡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부효를 지켜주며, 응룡, 규룡, 반룡 등은 물속에 살고, 황룡은 전설적인 제왕인 복회씨에게 문지의 원리를 건네주기 위해 낙하로부터 출현했다고 전한다. 나전 공예에서 용무늬는 18세기 이후에 주로 나타나며 해학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용은 한 마리를 단독 배치하는 경우와 한 쌍으로 표현하는 경우로 분류되는데, 두 경우 모두 예외 없이 구름, 여의주와 함께 구성된다. 용 무늬는 특히 상자와 같이 보조 무늬를 최소화하고 기물의 모든 면에 단독으로 시문 하는 예가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점은 여타의 동물무늬의 쓰임과는 상이한 특징이다. 그리고 다른 동물무늬와 병치 되는 경우에는 주로 괴수 무늬와 찍을 이루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용은 큰 운 주름질 하고 그 안에 모조법을 이용하여 비늘 등의 세부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편 상자의 경우에는 윤곽뿐 아니라 비늘 등 각 부의 요소들을 잘게 주름질 한 자개로 표현하여 장식성을 극대화하였다. 화각 공예에서 용무늬가 출현한 시기는 나전공예의 그것과 비슷하다. 화각 공예의 용무늬는 회화적인 특성이 두드러져 나전의 용무늬와 비교하여 해학적인 면이 더욱 강조되고 민화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필통 은이 와 같은 특징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봉황은 수컷인 봉빠과 암컷인 황폐를 가리키며 덕의 인디. 신. 정표를 지녔다고 하여 상서로움을 상징하였다 봉황 역시 상상 속의 상서로운 새로 에서는 머리의 앞쪽은 기린 뒤쪽은 사슴 목은 뱀, 꽁지는 물고기나 용과 같은 비늘이 있고, 등은 귀갑과 같으며 턱은 제비, 부리는 닭과 같다고 하여 그 생김을 묘사하고 있다. 봉황은 고상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지녔다 하여 왕비에 비유되기도 하고 태평성대를 예고하는 새로 여겨졌다. 또한 고구려 고분벽화를 비롯하여 금공 장신구, 자수, 도자기, 와전, 단청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무늬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봉황무늬는 주로 궁중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조선시대 후반에 이르면 상공업의 발달과 맞물려 사회 구조가 변화하면서 일반서민도 널리 사용하였다. 나전 공예에서 봉황무늬는 18세기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고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서야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경향은 고려시대 이래로 나전 공예의 모니 소재가 식물무늬 위주였던 것에서 기인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18세기에는 화조무늬의 출현으로 기존의 식물무늬 일색이던 나전 무늬의 소재가 다양해지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중심 무늬도 식물무늬에서 동물무늬 위주로 교체되기에 이른다. 18세기 후반 무렵부터는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져 여성용 빗 등의 윗면에 봉황을 중심 무늬로 배치하고 모란 덩굴무늬 등을 옆면의 부속 무늬로 사용하는 예가 많아진다. 19세기 이후에는 기존의 사실적인 표현이 점차 단 순한 형태로 도안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현상은 장이나 문갑 등의 문판장씩이나 같은 베갯모에 시 문된 구봉 무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구봉이란 새끼 일곱 마리와 함께 있는 한 쌍의 봉황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를 무늬로 정형화한 것을 구봉 무늬라 하며 부귀 다남을 상징한다. 구봉 무늬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넓은 자개를 주름질 하여 봉황의 몸체와 깃털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각 공예에서도 봉황무늬는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뚜껑 윗면 천판 제의 중심 무늬로 학과 함께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머릿장의 문 판에서와 같이 단독중심 무늬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나전과 화각 공예에서는 호랑이, 사슴 토끼, 다람쥐, 십장생 등의 길짐승 무늬를 사용하였다. 호랑이는 그 용맹함 때문에 무사의 상징이기도 하 며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 기능을 하는 영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호랑이 무늬는 나전 공예에서는 19세기 이후 베갯모 등에, 화각 공예에서는 함, 필통 등 다종의 기물에 사용하였다. 이 시기의 호랑이 무늬는, 나전 공예에서는 끊음질보다는 주름 질과 모조법을 이용하여 세밀하게 묘사했지만 화가공예에서는 민화적인 성격을 강조하여 익살스럽게 표현하였다. 호랑이 무늬는 소나무 무늬와 세트화한 소나무와 호랑이 무늬로 한 폭에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는 중앙에 호랑이를 배치하고 한권에서 소나무가 뻗어 나와 호랑이의 머리 위까지 드리우는 듯 표현하였는데 함과 베갯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러는 소나무 위에 까치를 함께 배치하여 까치 호랑이 무늬를 표현한 예도 있다. 사슴 무늬는 십장생을 무늬의 소재로 채택하기 시작한 조선시대 후기 19세기 이후부터 주로 나타난다. 사슴 무늬는 봉황, 학, 거북 등과 마찬가지로 암수 두 마리를 한 폭에 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소나무 영지무늬를 보조 무늬로 삼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슴은 십장생 가운데 하나로 심산에 살면서 약초를 주식으로 하는 장생불사의 영수로 여겨졌다. 소나무와 영지 역시 십장생에 속하는 소재로서 사슴과 결합하여 장생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사슴 무늬는 함, 장, 문갑, 베갯모 등에 다양하게 시문 하였다. 그러나 기물의 전체적인 무늬 배치에 따르면 사슴 무늬는 중심 무늬라기보다는 각 면에서 한부분을 차지하는 보조 무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십장생은 장생불사를 표상하는 열 가지 물상으로 해· 대나무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학· 거북 사슴 등을 가리킨다. 해는 광명, 산은 불변, 물은 맑음, 불로초는 불로장생을 뜻하며 사슴은 사랑과 평화, 대나무는 곧은 절개, 소나무는 굳은 의지, 구름은 자연, 그리고 학은 탈속의 높은 기상을 뜻한다. 도자 분야에서는 십장생무늬가 18세기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였고 자수 등 공예 전반에 걸쳐 무늬의 소재로 사용하였다. 나전과 화각 공예품에서 십장생무늬는 화조무늬의 유행을 이어 19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열 가지 모티프가 한폭에 그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십장생무늬 중 동물은 주로 쌍으로 배치하여 장수와 함께 부부 사이의 금슬을 기원하는 무늬로서 용하였다. 19세기 초 나전공예품에서는 중심 무늬로 산수화풍의 십장생무늬가 주를 이루며, 보조 무늬로 식물무늬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무늬 배치 형식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십장생무늬는 함, 빗접 농 경대, 문갑, 반짇고리 등에 많이 시문 하였다. 십장생 중의 하나인 거북은 사슴과 같이 거북만을 중심으로 한 무늬 구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용이 모든 동물의 우두머리이고, 봉황이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 여겨졌던 것과 같이 거북은 개충 사회 우두머리로 여겨졌다 기물에 시문 된 거북의 모습은 입으로 서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 많은데 이것은 신령한 동물 또는 상서로운 징후를 상징한다. 이러한 거북 무늬는 물결무늬, 연지 무늬 등과 조합하여 기물의 넓은 면에 산수화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나전과 화각 공예에서 무늬의 소재로 쓰인 날짐승 무늬는 학, 원앙과 그 밖의 새 등으로 구분된다.
'예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공예 속 자연 산수 무늬]와 [한국공예 속 기물 무늬 - 첫 번째 이야기] (0) | 2022.05.28 |
---|---|
[한국 공예 속 동물 무늬 - 두 번째 이야기 ] (0) | 2022.05.25 |
[한국 공예 속 화각 공예 - 두 번째 이야기] (0) | 2022.05.24 |
[조선시대 말기와 근대의 나전 공예 - 두 번째 이야기]와 [한국의 화각 공예 - 첫 번째 이야기] (0) | 2022.05.24 |
[조선시대 말기와 근대의 나전 공예 - 첫 번째 이야기] (0) | 2022.05.24 |
댓글